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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윌리엄스의 <스토너>를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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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를 다 읽었다. 책을 덮는데 눈물이 조금 차올랐다.
읽기 전에 본 소개 글에서 이 책을 읽으면 한 사람의 인생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 같다고 했는데, 나도 딱 그런 느낌이었다. 스토너의 인생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그의 삶에 깊이 이입해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나이 든 스토너가 로맥스를 대하는 태도였다. 이제는 그 관계를 어느 정도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나이를 먹으면 이렇게 되는구나, 많은 게 보이게 되는구나 싶었다.
나도 고작 30대이지만 비슷한 걸 느낀다. 20대 때는 별것 아닌 일에도 자격지심을 느꼈고, 동시에 뭐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다른 사람이 하는 건 서툴러 보였고, 나라면 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은 근거 없는 자신감을 내세우기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자격지심이 완전히 사라졌다고는 못 하겠지만, 20대 때보다는 확실히 많이 나아졌다. 그래서 그때의 나를 떠올리면 ‘나도 저랬었지’ 하면서 조금은 웃어넘길 수 있게 됐다.
스토너의 삶이 실패한 삶이냐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 애초에 성공과 실패를 가를 기준이 있었을까 싶다. 내가 보기에 스토너는 자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살았다. 무언가에 열정을 쏟았고, 어떤 것에 온전히 몰두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스토너가 문학에 처음 빠졌을 때다. 농학을 배우러 대학에 갔던 사람의 인생이 그 순간 완전히 바뀌었다. 캐서린과의 시간도 마찬가지다. 그때 스토너는 원래의 삶에서 벗어나 마치 두 개의 삶을 사는 것 같았다.
돌아보면 나에게도 그런 크고 작은 순간들이 있었다. 군대에 갔을 때, 이태원에 있을 때, 우도에 있을 때, 어학연수를 떠났을 때, 눈 덮인 밴프에 도착했을 때, 그리고 서울에서 처음 취업했을 때.
당시에는 그 순간들이 내 인생에서 얼마나 큰 의미를 갖게 될지 몰랐다. 그저 눈앞에 놓인 일들을 하나씩 선택하고 겪으며 살아왔을 뿐이다. 스토너의 삶을 따라가다 보니 잊고 지냈던 그 시절의 내 모습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어쩌면 인생이라는 게 그런 것 같다. 그때는 잘 모르지만,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나를 바꿔놓은 순간들이 있다. 앞으로도 그런 순간들이 몇 번쯤 더 찾아오지 않을까.
스토너